<앵커>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 논문을 포함해 10건이 넘는 논문을 표절해서 해임됐던 서울대 교수가 소송 끝에 다시 강단에 서게 됐습니다.
표절은 그대로 인정이 됐지만, 서울대가 징계 절차를 잘못 밟은 것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정반석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대 대학원생 K 씨가 지도교수였던 국문과 박 모 교수의 표절 사실을 처음 안 것은 지난 2013년.
자신의 석사 논문 등 여러 건의 표절을 학교에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습니다.
K 씨가 2017년 직접 박 교수의 논문 20건을 분석해 1천 쪽 분량의 표절 자료집까지 만들어 공론화에 나서자, 그제야 서울대는 조사에 착수했고,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논문 12건을 중대한 표절로 판정한 뒤 박 교수를 해임했습니다.
[K 씨/논문 표절 피해 대학원생 (2019년 12월 14일 8뉴스) : 6년 넘게 이 싸움을 하면서 정말 영혼 살해라고 할 정도의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이후 박 교수는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1심과 2심, 그리고 지난 3월 대법원까지 모두 박 교수 손을 들어줬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일부 논문에 대해 표절 여부를 심사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결정에 오류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서울대가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조사위원 과반을 해당 전공자로 채워야 한다는 자체 규정을 스스로 어긴 절차적 과실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행정 처분의 절차적 하자가 중대할 경우 실제 내용과 관계없이 위법하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단입니다.
[황선희/변호사 : 행정 처분은 내용만큼 절차가 중요하기 때문에 절차상 위법만으로도 취소될 수 있습니다. 다만 판결 등이 확정된 지 3개월 안이라면 대학 측이 제대로 절차를 밟아 다시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서울대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최근 박 교수의 해임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대학 측 과실에 대한 해명은 없었습니다.
10년 동안 고통받은 K 씨는 황당하기만 합니다.
[K 씨/논문 표절 피해 대학원생 : 3월 말에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제가 그걸 알게 된 건 지난주입니다. 학교가 패소를 했고 시효 문제로 재조사가 시급한 상황이라면 빨리 알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SBS는 학교에 찾아갔지만 박 교수를 만날 수 없었고 전화와 메시지를 통한 질의에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이소영)
<앵커>
정반석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서울대 입장은?
[정반석 기자 : 네,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대는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일단 밝혔습니다. 서울대는 소송에서는 당시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전공자로 채워야 하는 규정 못 지킨 이유가 이해관계자를 배제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기 때문에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를 빼게 됐다는 이런 입장을 밝힌 바가 있는데요. 하지만 그런 경우라고 하더라도 외부 대학 국문과 전공자들을 위원으로 구성하는 방법들이 있기 때문에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판결 등이 확정된 지 3개월 안이라면 다시 징계 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대 측도 그런 부분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절차적 위법 때문에?
[정반석 기자 : 네, 대부분 그런 의문점을 가지실 것 같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도 변호사가 언급을 했듯이 법리적으로 법원은 실체적 사유와 무관하게 절차가 위법하다면 그 절차로 도출된 결론도 위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제보한 대학원생은 반복적인 표절을 하던 교수가 다시 강단에 서게 되면 결국 피해는 그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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